WRITING/SPEAK-oUt 2010/12/31 03:11
안상수 의원의 두 가지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보온병 폭탄 발언은 참 재미있게 보았다. 근 20년째 TV를 보지 않고, 그 흔한 예능 프로도 보지 않아서, 유머가 그리웠는지 모르겠지만, Youtube에서 본 그 뉴스 클립은 참 재미있었다. (하긴 코미디쇼보다 더 재미있었다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그간 코미디 프로를 보지 않은 것과는 관계없이, 막강한 재미가 있었나 보다)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순전히 실수이고,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행불이든 뭐든) 안의원은 군을 갔다오지 않았으므로, 무기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냥 모두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인 "자연산" 발언은 참 씁슬했다. 하지만, 내가 씁슬해한 부분은 "자연산"이란 표현이 아니다. 자연산이란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성형-무성형을 논할 때 심심찮게 쓰는 표현이고, 그 표현을 쓰는 사람의 도덕성을 의심할만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안의원의 발언 - "룸에 가도 자연산을 찾는다"에서 "룸에 가도..."라는 말은 참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것도 반응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의 태도도 우스운 부면이 있다. 몇가지 면을 보자면:
(1) "룸에" 간다는 말을 하는 안의원의 머리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 있을까? 일단 여성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것도 돈이 허락하면 젊고 "자연산"인 여성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여자 (혹은 남자를 포함하여) 자연산이니 아니니 따지는 것보다, 돈과 권력이 허락되면 여성을 "살 수"있다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이 더 위험한 생각이지 않을까?
(2) 그리고 안의원의 발언을 전해 들은 많은 국민들이 "룸에"라는 말보다는 "자연산"이라는 말에 더 격분했다는 사실은 현대 한국 국민에 대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일단, '남자가 룸에 가서 놀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라는 것과 성형과 외모를 둘러싼 담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성형, 외모에 관한 점은 다른 포스팅에서 한번 더 다루기로 하고, 첫번째 점에 대해 약간 더 전개해보자면...
'남자가 룸에 가서 놀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아마도 대한민국의 상당수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위험한, 증명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아니다. 이런 생각은 국민의 생활 전체에 매우 깊숙히 퍼져있다. 예를 들어보면, 한효주와 이승기가 출연했던 '찬란한 유산'이란 드라마를 아는가? 하나TV로 친척집에서 몇 편을 뒤 늦게 봤는데, 당시 국민건전드라마라고 알려졌던 드라마이다. 그런 드라마에서도 부자집 망나니 자식인 이승기가 룸에서 여자를 불러놓고 노는 모습이 나온다.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이 드라마만이 아니라, 많은 뮤직비디오에서도 룸에서 여자와 노는 것은 돈있고 소위 '좀 나가는' 남자는 의례 즐기는 오락으로 묘사가 된다. 그리고 그런 영상물이 초등학생도 보는 영상물로 분류가 된다.
그게 뭐 어때서라고 질문하고 싶은가? 그러면 이렇게 보자. 당신의 어머니 혹은 누나, 혹은 여자친구 아니면 아내가 돈도 있고, 가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어 호스트 바에 가서, 근육질 청년과 비비대고 있다면, 그걸 '그럴수도 있지'라고 용인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남자가 룸에서 놀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요점은 남-여 평등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 즉, 남자가 룸에 가든, 여자가 호스트바에 가든, 잘못된 행동이고, 지탄을 받아야 할 행동인 것이다.
국회의원이 여자 기자들 앞에서 농담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은 "자연산"이 아니라 "룸에 가면"이라는 말이란 뜻이다. 그리고 안의원의 말을 듣고 우리가 지탄을 해야하는 표현은 "자연산"이 아니라 "룸에 가면"이라는 말이란 뜻이다. 결국 그 말을 한 사람이나, 듣고 엉뚱한 걸 탓하는 사람이나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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